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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정은 인정하기로 한다.

교화 프로그램을 신청한 것은 서재호의 ‘뭐라도 해 보라’는 귀찮은 조언 때문이었다.

수형자들은 대부분 종교 활동이나 제빵, 필라테스를 신청하는 것 같았다.

신청 마감일에 보니 요가반은 인원이 남아돌았다.

티가 나는 가명으로 자신을 소개한 요가 강사는 수형자들의 딸뻘이었다.

안부인사며 분위기 환기용 농담도 한 마디 없이, 무뚝뚝한 태도로 수업을 진행하던 모습에 수형자들은 꼴에 사람을 가린다고 키득거렸다.

그들은 어린 강사가 자신들을 얕보거나, 지레 겁을 먹고 가시를 세우는 것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오미정은 진위가 무엇이든 관심이 없었다.

별 생각 없이 정해진 시간에 몸을 이끌고 매트 위에 몸을 뉘이는 게 전부였다.

강사가 엎드려서 골반을 열라고 하면 열고, 숨을 들이쉬거나 내쉬라고 하면 그렇게 했다. 

 

오미정 님은 가파른 호흡 방법을 쓰고 계셔요.

숨을 마실 때 배가 쏙 들어가고 가슴이 부푸는 건, 백 미터 달리기를 할 때 쓰는 호흡법이에요.

풍선이 더 아래쪽에, 배꼽에 있다고 생각해보아요.

마셔서 풍선을 부풀려요. 뱉어서 풍선을 쪼그라뜨려요. 마시고, 뱉고. 부풀리고, 쭈그러트리고. 

자세 유지할게요.

 

그날은 월말이었고 강사는 평소보다 말이 많았다.

동작을 완성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나를 알아차리는 거예요. 내 몸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내 마음은 무엇에 흔들리고 있는지.

애써 잡을 필요 없어요. 억지로 누르면 더 독이 돼요.

흔들리고 있구나. 흔들리네. 이것 때문이네. 하고 있으면 천천히 잡혀요.

 

요가복을 입은 여자들은 허리를 젖혀 올렸고,

알아차림에 대해 생각하거나 이상하게 말이 많은 강사에게 무슨 일이 있나 생각했다.

그리고 그날이 갈색 머리의 강사를 마지막으로 만난 날이었다.

 

요가 강사가 바뀐 것은 출소를 앞둔 때였기에 굳이 프로그램을 신청하지는 않았다.

두 배는 텐션이 높고, 언니, 언니 하며 농담도 곧잘 하는 것으로 보아 교화 시설에 익숙한 사람 같았다고 들었다.

원래부터 이곳의 요가 강습을 해왔던 사람일 수도 있고.

젊다 못해 어린 강사는 누군가의 대체품이었구나, 말 나누기 좋아하는 이들은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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