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정: 그러니까... 종교 행사 아니고, 불법 행사 아니고.
오미정: 불법 종교 행사도 아니고.
감독: 그냥 놀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연 축제예요. 정말이라니까요.
그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행사는 한 꼭지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벌인 놀이였다.
이야기를 반죽하고 이어붙여 만들어진 또 다른 이야기며 장난감을 사고팔고, 나누고, 떠들며 웃는 잔치판이었다.
이야기 속 목소리를 직접 듣는 시간이며, 이틀간의 별도 전시 공간까지 기획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같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다른 행사를 서로 홍보하기까지!
감독: 그냥 꾸밈없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작당모의지요.
행사를 둘러싼 의혹을 해소하자마자, 감독은 이름을 알려주고 싶어했다.
감독: 제 이름은 오인하예요.
오인하: 사정이 있어서 교도소에서는 가명을 썼어요.
오인하: 알려드릴 수 있으니까 되게… 기분 좋다.
오인하는 꿈꾸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진짜 이름을 불리고 싶어했던 걸까?
오인하: 저기, 음. 진짜 실례가 안 된다면요. 미정 언니라고 불러도 돼요?
오미정: 언니라기에는… 난 인하 씨 이모 뻘 아닌가. 언니 소리 듣기는 좀 그런데.
오인하: 그러고 보니 엄마랑 성씨가 똑같네요. 그럼 이모는요?
오미정은 승낙했다.
언니동생도 없는데 조카가 생기다니 별 일이다 싶지만, 어울려주는 게 나쁘지는 않았다.
날카로운 인상에 금발을 한 PD의 이름은 문현아라고 했다.
고모까지 되는 것 아닌가 걱정하던 것은 잠깐이었다. 문현아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문현아: 행사 장소를 그냥 알려드릴 수는 없어요. 행사에 찾아오는 사람에게만 공개하도록 되어 있거든요.
문현아: 그렇지만. 가는 길을 안내해드릴 테니 저희를 도와주실 수 있나요?
오미정: 내가 도울 수 있는 게 있다면요. 일단 무슨 일인지 들어보고."
두 사람도 산적한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서재호를 찾을 수 있다면 문제될 것은 없다.
오미정: 그리고 어쩌면...
오미정: 그 자식과 관련된 고민을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잖아.
오미정은 결정했다.
오미정: 그러니까... 암표를 잡은 거네.
오인하는 행사의 공지사항을 꼼꼼히 다시 읽어 주었다.
구매한 표는 타인에게 함부로 양도할 수 없으며, 암표의 경우 판매처를 통해 취소하고 고발할 것이라고.
문현아: 국내, 아니 세계 최고의 놀이 행사에서 암표상이 날뛰게 둘 수는 없어요.
문현아: 사기라도 일어난다면 책임질 수 없고요.
서재호가 암거래한 표는, 새우마켓에 올라와서는 안 되는 물건이었다.
문현아: 그리고, 이 표를 자꾸만 새우마켓에 올리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래서 저희가 나선 거고요.
오미정: 다 잡았다면서. 그럼, 잡아서 신고하면 되는 거 아냐?
오인하: 문제가 있어요.
오인하의 설명에 따르면, 판매 흔적도, 표를 산 사람도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없었다.
오인하: 판매자가 없어요.
오미정: 무슨 뜻이지?
문현아: 말 그대로예요.
문현아: 표를 판매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에요.
문현아: 기록도 없고, 명의도 없어요. 그래서, 증거를 잡을 수 없어요.
오미정: 누구도 아닌 판매자가 존재한다는 거군.
오인하는 괴담 같은 일이라며 팔을 문질렀다.
문현아: 이 길로 가면, 누구도 아닌 판매자를 만날 수 있어요.
문현아: 그럼 이야기하신 분, 그러니까 표를 산 사람의 실마리도 알 수 있을 거예요.
오인하: 이전에 수사를 했었다고 했으니까요.
오인하: 저희는 사실 이런 일에 약한데, 워낙 바쁜 때라 그런지 도움을 구하기가 쉽지 않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