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사장 앞.
축제를 준비하는 발걸음이 분주하다.
저 멀리서 휘청거리는 실루엣이 달려온다.
???: 헥, 헥… 오미정이!
오미정: 서재호?!
문현아: 재호 아저씨?
둘이 아는 사이인가? 하는 궁금증은 뒤로 미뤄두기로 했다.
서재호에게 할 말이 있다.
그와 볼 일이 있다.
서재호는 땀을 뻘뻘 흘렸다.
서재호: 문자 못봤나? 잠깐 일이 있어 자리를 비운다고 연락 넣었단 말이야.
오미정: 무슨 헛소리야. 문자 따위 안 왔거든?
오미정은 스마트폰을 열어 수신함을 확인했다.
스팸 문자함까지 확인했으나 오늘 온 문자는 광고 문자뿐이었다.
그사이 서재호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서재호: 내가 몇 번이고 보냈단 말이야, 여기...
오미정: 벌써 치매가 왔나? 애초에 그쪽한테 전화번호를 알려준 적이 없거든?
서재호: 어랍쇼? 아, 잠깐잠깐. 그랬었지.
오미정: 이 맹추야…
서재호: 그럼 이 문자는 어디로 보낸 거지?
오미정: 내 말이, 참내. 어느 집 딸래미한테 동선을 보내고 있던 거야?
서재호는 아차 싶었는지 헛기침을 했다.
서재호: 그, 그게 뭐가 중요해. 아무튼 만났잖아. 어?
오미정: 아무튼! 뭘 한다고 그렇게 싸돌아다닌 거야?
서재호: 그건 내가 할 말이거든? 뭐한다고 그렇게 여기저기 빨빨거리고 돌아다녀?
오미정: 그야…… 서울 구경 좀 한다는데 무슨 참견이야?
댁을 찾는다고! 하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려는 걸 겨우 참느라 얼굴이 새빨개졌다.
서재호는 어느새 빙글빙글 웃으며 생색을 내기 시작했다.
서재호: 재밌는 일이 일어난다길래 발품 좀 팔아봤지. 한동안 이런거 못해봤을 거 아니야. 안 그래?
오미정: 누가 시켰냐? 누가 시키디?
서재호: 내 마음속 축제 좋아하는 청년이… 억!
오미정: 네, 서재호는 항상 맞는 말만 하죠. 명치 맞는 말!
오미정: 그래서. 표 두 장 얻었다며. 하나는 어디 쓸 건데?
오미정: 설마 피디님 감독님 보는 앞에서 되팔 건 아니지?
서재호는 허를 찔린 표정이었다.
정말 한 장만 사서 주고 내뺄 생각이었나? 생각하니 약이 올라 등짝을 한 대 더 쳤다.
서재호: 잠깐 미정이. 방금은 아무 말도 안 했어!
오미정: 내가 할 말이 있어서 그러니까 닥치고 있어봐.
서재호: ……뭐길래 그래. 혹시, 설마......
서재호: 자네 행사 못 간다고? 이봐, 내가 이걸 어떻게 구했는지 알어?
오미정: 저 주둥이를 그냥 확……
오미정: 같이 가자고.
오미정: 표 두 장이잖아. 시간 비워놔.
서재호: 그게……
오미정: 시끄러워요. 그리고, 빨리 그 꽃 내놔. 뒤에 숨긴 거, 말라비틀어지고 있잖아!
오미정은 프리지아를 빼앗다시피 했다.
서재호: 이게 그 내가 사려고 산 게 아니고, 시장에서 꽃 내놓고 하나도 못 팔고 있는 할머니가 너무 불쌍해서……
급기야 꽃집 사장을 팔아먹는 파렴치한 행각에 기가 차고 코가 차는데 빈 손이 없는 게 한이다. 신발로 서재호의 발을 콱 밟아버렸다.
서재호: 알았어, 알았네. 세상 무서워서 살겠냐, 시키는 대로 해야지.
서재호: 5월 30일이랑 31일까지, 축제 끝장까지 본 다음 전시회도 가지. 내가 일정 다 빼겠네.
오미정: 그리고 하나 더.
서재호: 예, 예 마님. 시키는 대로 합죠.
오미정: ……두부 먹고 싶어.
서재호: 엉?
오미정: 행사까지 시간 남았잖아. 두부 먹고 싶다고.
오미정: ……물가가 올라서 못 사먹었어. 맛집인 줄 알고 갔다가 허탕칠까봐 못 사먹었고, 휴대폰으로 웨이팅할 줄 몰라서 못 먹었어.
숟가락 무게가 교도소랑 다를까봐 못 먹었어. 두부가 질겨서 이 빠질까봐 못 먹었……
서재호: 그만, 그만. 알았네.
서재호: 두부부침에 두부탕에 두부찌개 먹고 후식으로 두부아이스크림까지 먹지.
오미정: 1절만 하지?
서재호: 그리고 손에 두부과자를… 악!
손은 더럽게 매워가지고. 툴툴거리면서도 서재호는 웃음이 새어나오는 걸 참을 수 없었다.